◐ 김도연 장관 “역사교과서 좌편향” 발언 파문 ◑

최근 경제계와 보수 성향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고교 사회·역사·경제 교과서에 대한 이념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지금의 역사교과서나 역사교육은 다소 좌향좌 돼 있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식 밖의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장관은 지난 14일 광화문문화포럼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정책’을 주제로 연 조찬포럼에 참석해 “옛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인가한 교과서 때문에 아이들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 뒤, “이미 교과부 차원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석 경상대 교수(사회교육)는 “교과서를 만들려면 필자들의 오랜 연구와 위원들의 심사, 정부의 인가 등 다수가 인정할 만한 제도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장관의 ‘좌향좌’ 발언은 이 과정을 전부 무시하는 것”이라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도 “장관의 발언은 현재 교과서를 만든 사람이 좌편향이라는 뜻인데,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성향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보인다”며 “교과서에 대한 최종 인가권을 가진 교육계 수장이 자기의 개인적인 관점을 아무렇지 않게 공식적으로 밝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난 독재시대 국정교과서처럼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역사만 교과서에 넣으라’는 신호로 읽혀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역사교육이 “좌향좌 돼 있다”는 김 장관의 판단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역사)는 “장관이 공부하던 1960~70년대 기준으로 보면 지금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90년대 들어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의 활동을 통해 과거에 감춰지고 조작된 역사적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이게 좌편향이라고 한다면 장관은 제대로 역사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새 정부 들어 경제계와 보수단체의 교과서 개정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은 대단히 친기업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일부 단체의 지적에 대해 장관이 교과서 전면 수정 운운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