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식량지원

지난 15일 적십자 채널을 통해 ‘옥수수 1만 톤 지원을 받겠다’던 북한이 곧바로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으로 “‘비상통치계획-부흥’을 만든 남조선의 통일부와 국정원을 즉시 해체하라”며 “거족적인 보복성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우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같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를 일부 전문가들은 “대남업무를 담당하는 통전부가 일련의 유화 정책을 쓰는 데 대해 국방위가 견제를 가하며 일종의 노선투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유일적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대남 군사부문에서 김정일의 재가(裁可) 없이는 어떠한 행위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협박성’이라고 분석된다.북한이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은 이것 말고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됐다. 1월 1일 노동신문 등 3개지 공동사설에서 남측을 향해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하더니 나흘 후인 5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 탱크가 남한 주요 도시를 공격 대상으로 상정해 기동훈련을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이것도 “남조선 당국은 전쟁을 피하려면 유엔 제재에 동참하지 말고 지난 정부처럼 대규모 대북 지원을 재개해 달라”는 반어법적 행위로 봐야 할 것이다.물론 내부적으로 굶주리고 있는 주민들에게 ‘군사적 자긍심을 고취하면서도, 남조선에 식량을 기대하는 환상을 버리게 하려는’ 저의도 내포돼 있다. 그러면 왜 북한이 자존심을 숙이면서, 또 협박까지 해 가면서 남한에 손을 벌리게 됐는가?유엔기구가 산정한 북한의 최저 식량 소요량은 520만 톤가량이다. 주민들이 배불리 먹으려면 640만 톤이 필요하다.북한의 자체적 생산이 가능한 양이 420만 톤 정도니까 주민들이 필요한 최저 식량 소요량에 부족분은 100만 톤 정도고, 이것은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규모 식량(연간 30~40만 톤)과 비료(연간 30만 톤) 지원 및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 기금을 활용한 지원 등으로 충당이 가능했다.이 같은 우리의 식량지원은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을 덜어준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나 북한의 배급제를 되살아나게 해 사회통제를 강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김정일 체제 유지에 기여했다. 현재 김정일은 “남조선 ‘봉’들이 식량을 듬뿍 갖다 바쳐서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자식 놈에게 물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한편 김정일은 내부적으로 시장경제 확산이 통치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보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100 대 1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화계개혁 후 임금을 화폐개혁 전 수준으로 지불하고 있으니 실제로 화폐개혁은 주민들의 보유화폐를 강탈하려고 지폐만 바꾼 결과가 됐다.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다다랐고, 장마당을 통한 생계유지도 어려워졌다. 김정일은 주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식량이 절실히 필요하다.결국 북한정권의 운명이 우리의 대북 식량지원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