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리냥 부리는거냐 ?

북한이 7일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쌀 차관을 논의했던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1일 사실상 결렬되고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앞둔 시점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지난달 25일과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하는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북한이 다목적 카드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보당국은 8일 시작될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서해상 경계 재설정’ 문제를 제기하고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력 시위를 벌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꽃게잡이 철을 맞이해 북측은 ‘남북 공동어로구역’ 문제와 그간 주장해 온 서해상의 경계 재설정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은 그동안 “남한 군부와 미 제국주의자가 불법적으로 설정해 놓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남측이 40만t의 대북 쌀 지원과 2.13 합의 이행(북한 핵시설 폐기)을 연계시킨 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미사일 발사를 통해 대북 쌀 지원을 압박했다는 시각이다. 북측은 1일 끝난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5월 말 하기로 했던 쌀 차관 제공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면서 북측 대표단은 남측이 제안한 남북 국방장관회담 개최와 경의.동해선 철도 부분 개통에 대해 논의를 거부한 채 차기 회담 일정조차 잡지 않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특히 정보당국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에 대한 무력 항의일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5일 “북한은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 중 하나”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억압적 체제를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공격한 것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한국전쟁 종료 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7개월 만이다.

군 당국은 지난달 25일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일절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군 관계자는 “군 지휘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청와대와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