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쌀밥에 고깃국 타령인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쌀밥에 고깃국 먹으며, 비단옷 입고 기와집에 살게 하겠다”고 한 김일성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고 9일자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현지지도에서 “정치사상적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군사 면에서도 강국 지위에 올라섰지만 인민생활에는 걸린 것이 적지 않다”며 그같이 말했다 한다. 북한 주민의 생활이 곤경에 처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많은 탈북자며 그들이 전하는 북한 주민의 참상은 듣는 이도 고통스럽다. 강 건너 중국 땅을 떠돌며 걸식하는 어린 꽃제비들이며,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장마당에 어린 딸을 팔려고 내놓은 부모의 이야기가 특히 그러하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파탄이 낳은 비극으로 최근에는 화폐개혁을 단행해 자생적으로 움트고 있는 시장경제의 싹까지 잘라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최단기간 안에 인민생활 문제를 풀어 인민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다. 그러나 지금의 체제에서 주민들이 쌀밥과 고깃국을 먹는 날은 결코 올 수 없다. 과도한 군사예산, 갈수록 떨어지는 농업생산성, 핵무기 개발이 자초한 국제제재 등 북한이 처한 내외 여건 어느 것 하나 유리한 게 없다. 북한이 지난해 미국에 특사 파견을 요청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적으로 매달리며 연초부터 중국 방문설이 나오는 것도 그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는 한 국제사회가 도와줄 여지는 점점 더 좁아진다.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취약계층에 식량을 공급하려는 긴급구호 사업자금도 국제사회의 외면으로 잘 걷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모은 8988만 달러는 목표의 18%이며 그나마 다른 가용자금을 합한 금액이고 북한을 수혜국으로 지정한 것은 2181만 달러에 불과하다. 쌀밥에 고깃국을 말할 게 아니라 당장 주민을 굶기지 않으려면 외국 원조를 받아들이는 길 외에 없다. 김 위원장이 진정 주민 생활을 염려한다면 우선 국제사회와 불화하지 않도록 핵무기를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