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자 그들은 가해자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가해자라는 말을 쓰기 위해서는 그가 타인이나 특정 대상에게 고의적으로 손해를 입힐 목적을 가지고 있었거나, 또는 그러한 상황을 미리 사전에 알고 있었으먼서도 이를 무시하는 미필적 고의가 성립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위해를 고의적으로 가했고,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이 입을 피해를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를 무시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우리나라와 정부, 국민의 피해는 현재의 협상 진행과 결과에 따른 후의 부작용과 이에 따른 부대 비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상과정에 피랍자들의 의사가 조금이라도 반영되어있나? 확언하건데 지금 진행되는 협상과정은 어디까지나 정부와 행정부의 정책과 결정이지, 그들이 살려달라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결단고 아니다.

그렇다면, 피랍자들이 현재의 협상과정이 진행될 것을 미리 예견하고 서도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모른체 했나? 당장 내일 모레 잡혀갈 것도 모르고 여행하던 그들이 무슨 협상에 협자라도 생각을 했겠는가 당연히 이 역시 명백하게 아니다.

결국 그들은 가해자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을 아무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결코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생각하고 있는 책임의 문제는 바로 협상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을 문제 삼으면서도 우리는 협상 대상에만 골몰 할 뿐 협상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우리정부가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고 오히려 탈레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심지어 무력진압까지 진행했다면, 과연 인질들이 지금과 같은 모진 여론에 시달려야 했을까?
아마 오히려 그들을 구출해야 된다는 동정여론을 받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이 생명이 경각에 처해있건 아니건 그들이 비판 받아야 한다면, 그들 자신이 결정하고 행동한 부분에 대해서 비판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는 현재의 협상 과정 때문에 그들이 비판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 그들이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비판여론에 시달리게 됐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잘못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그들에 대한 비난을 자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