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우정국의 감원바람-미국 불황타개 아직 멀었다

성탄 전날, 우리 우체국에서는 모두가 길로 나서기 전인 오전 8시 30분부터 45분 정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들은 솔직히 가볍지 못했습니다. 우리 캐리어, 즉 우체부 들 중에서 4명이 다음 달 하순에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라우트, 혹은 포지션을 억지로 포기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다른 스테이션에서 자신의 라우트와 보직을 잃은, 자신보다 연공서열이 높은 사람들이 우리 스테이션으로 부임해 오기 때문에 밀려나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들 4명은 일단 ‘언 어사인드 레귤러’라는 ‘직함’을 갖습니다. 레귤러 우체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보직이 불분명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우선은 자신의 보직이 분명해질때까지 소속 스테이션에서 빈 라우트가 있으면 메꿔줘야 합니다. 아니면 자신의 연차나 병가에서 해당 시간을 까내어가면서 집에서 억지로 휴가를 갖게 되지요. 만일 그런 과정 중에서도 자신의 보직을 갖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은 임시해고(레이옵) 대상 제 1호가 되니, 일단은 해고통지서를 받은 것과 별 다를 바 없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서 우체부들은 철저히 연공서열로 호봉이 진급하고, 저도 얼마 전에 한 호봉이 승급했습니다.사실 우체국 근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본봉보다도 ‘베네핏’으로 불리우는 각종 복지혜택들이기 때문에 (어떤 때 베네핏은 본봉 수당을 넘어설 정도로 많기도 합니다. 전에 제가 무슨 일로 수술을 했을 때, 그것이 일과 관계있는 것이라 하여 연방우정국에서 수술비용의 거의 전부를 대 준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저런 비용으로 들어간 것이 수만달러인데, 그걸 우체국에서 다 서포트 해 주었더랬습니다) 그렇게 본봉에 연연하지 않게 되더군요. 미국 우체부들은 제 근무연한(5년정도) 쯤 되면 다 연봉 5만은 넘어가고 오버타임을 원해서 일을 더할 경우엔 6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지요. 그러나 전술했던 것처럼, 의료보험이 사영인지라 엄청나게 불입금이 비싸고 혜택조차 적은 이곳에서, 정부가 꽤 커버리지 내역이 큰 내 의료 보험을 내어 준다는 것은 일단 큰 혜택입니다. 게다가 저는 제 보험에 치과 보험이 포함돼 있는데, 미국에서 이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는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아무튼, 억지로 자신의 보직을 포기하게 된 사람들은 어떻게든 붙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지금 2년차 정도의 우체부들로서, 경기 불황 이후 새로 체결된 노조와 사용자측의 협정에 따라 첫 피해자가 되는 셈입니다. 지금 우체국들은 라우트 축소와, 이에 따른 배달구역 조정으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작은 우체국에서 이 정도의 변화를 겪어야 할 정도라면, 대형우체국에서는 어떤 정도의 강도로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지가 뻔히 느껴집니다. 실지로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다섯 개의 라우트가 이런 식으로 감축됐다고 들었습니다. 라우트 한 개만 감축되어도 이정도 난리가 나는 우리 우체국 실정인데, 무려 다섯 라우트가 한꺼번에 감축되면, 도대체 어떨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미국 전체를 덮친 불황의 영향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상처를 남깁니다. 지금 경기가 일시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말을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만 판단하기엔 ‘우체부들마저도 직장을 잃는 최악의 경제불황’이라고까지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 중산층이라 말할 수 있는 계층들이 천천히 붕괴되고 있다는 신호로 이야기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과연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지를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중산층의 붕괴는 결국 미국에서 실질적 소비의 커다란 감소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것은 미국의 소비에 생산 자체를 의존하는 전 세계의 생산 업체들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세계화’로 대변되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체제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은,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고착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