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떨지 마셈

간밤에 김구 선생께서 서거라도 하셨는 모양입니다. 무슨 관공서에다 조기를 달고 추모비까지 세워요? 솔직히 이게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할 사안이라 생각하세요? 우리 민족은 정말 재밌는 민족 같아요. 최근 여수 출입국 관리소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에서 수많은 중국, 동남아인들이 타죽거나 병신이 되었죠. 그런데 우리네 대다수의 반응은 놀라우리만큼 싸늘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법체류자라 경멸하며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했죠. 결국 외교부는 엑스포 실사단이 여수를 방문하기 하루 전, 그들에게 푼돈 조금 지급해서 강제로 내& #51922;아버렸죠.

그런데 재밌게도 국가차원이 아닌 일개 한국계 미국인이 벌인 이 사건을 두고서는 전 국민이 미국인에게 사죄를 해야 된다드니 관공서에 조기를 걸어야 된다느니 촛불시위를 해야 된다드니 하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띕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죠. “언제부터 외국인들의 고통과 아픔에 그토록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노동력만 착취당한 채 월급한 푼 못받고 & #51922;겨나는 동남아, 중국인들이 이땅에 태반인데도 평소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던 분들이 이 문제만큼은 유독 미국인에게 죄스럽고 송구스런 심정인가 보군요. 정말 님들의 추악한 이중성에 토가 쏠릴 지경입니다.

국가차원에서 사과하자는 분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만약 희생자들이 미국보다 못사는 동남아, 중국인이었다면 똑같이 국가 차원의 사과 따위를 운운했을지를요.

우리 민족은 이상하리만큼 백인과 그 문화를 숭상하고 존중하면서도 동남아 중국인들에게는 반대로 경멸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죠. 아마도 관공서에 조기를 걸자는 발상도 이런 유치하고 못난이같은 사대주의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몇몇 생각없는 분들은 엉뚱한 여중생 촛불시위를 갖다대며 온갖 괘변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거랑 요거랑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여중생 사건이 국가의 공무를 수행하던 군인들에 의해 벌어진 행정적인 사안이라면 이 사건은 국가의 공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게다가 정부의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타국에서 그것도 일개 이민자에 의해 자행된 극히 민사적인 사안이라는 겁니다. 즉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까지 나서서 사과하고 책임저야 할 어떠한 법적 당위성도 없다는 거죠. 이기주의라고 욕해도 상관 없어요. 일개 이민자의 범죄 행위를 두고 사과표명까지 하는 국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물론 인간적인 애도는 필요합니다. 한국인으로서 최소한의 미안한 감정을 가질 수는 있지요.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건 명백한 오버입니다. 그건 동등한 인간 관계에서 지켜야 할 예의가 아니라 주인과 머슴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굴종관계에 다름 아니거든요.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사과하고 애도해야 할 대상은 따로 있습니다. 너무 가깝고 흔해빠져서 보이지 않을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