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관리권 왜 미국이 독점하나”

“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는 ‘난 못해(ICANN’T)’ 기구?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관리하는 ICANN은 이렇게 조롱을 받아 왔다. 특히 다음 달 16∼18일 튀니지에서 열리는 제2차 정보화사회세계정상회의(WSIS)를 앞두고 ICANN의 위상 조정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이런 조롱은 미국을 향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

ICANN은 1998년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인터넷 관리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 1960년대 인터넷이 발명된 이래 존 포스텔(1998년 작고) 남캘리포니아대 교수가 혼자 관리해 오던 것이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전 세계의 모든 인터넷 도메인과 IP주소를 할당하고 통제하는 막강한 권력 기구로 태어난 것. 하지만 ICANN이 미 캘리포니아 주정부 관할 아래 미 상무부가 감독권을 가진 미국 국적의 단체라는 점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국가들의 표적이 돼 왔다.

그간의 ICANN 운영이 투명성과 책임성, 합법성을 결여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전 지구적 자원인 인터넷을 한 국가가 독점 관리해선 안 된다”는 논리에서다.

2003년 제1차 WSIS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뒤 유엔 사무총장 산하에 인터넷 관리권(Internet Governance) 실무그룹이 생겼고, 이 그룹은 올 6월 인터넷 관리권을 유엔 산하에 두는 것을 선호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급기야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던 유럽연합(EU)마저 9월 말 인터넷 관리를 위한 정부 간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실무그룹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기존 체제 고수 입장을 천명해 각국의 반발을 샀다. 미국외교협회가 발행하는 ‘포린 어페어스’ 11·12월호도 이를 ‘21세기 먼로 독트린’이라고 비판했다. 1823년 제임스 먼로 당시 미 대통령이 ‘미국의 뒷마당’인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미국식 제국주의에 빗댄 것이다.

미국의 논리는 인터넷의 최대 장점인 개방성(openness)을 ICANN 체제만큼이나 지켜낼 대안이 없다는 것.

특히 인터넷 관리 체제 변경을 주장하는 국가 중 상당수가 정보 통제를 당연시해 온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 국가들이어서 이 국가들이 참여하는 관리기구에 맡길 경우 인터넷은 개방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도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전문가 공동기고를 통해 “억압적 정권들이 유엔이라는 뒷문으로 인터넷을 통제하게 하면 ‘재앙’을 부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도 언제까지나 기존 입장을 고수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기적으로 기술 진보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전혀 다른 기술표준을 가진 새로운 인터넷을 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린 어페어스는 “미국의 위성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에 대항한 유럽의 갈릴레오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호 호환이 불가능한 2개의 인터넷을 가질 경우 생겨날 위험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미국의 유연한 사고 전환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