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동아일보에 실린 라오스 중등학교의 수업 장면은 특히 60세가 넘은 한국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 뒤표지에 태극기와 라오스 국기가 나란히 인쇄돼 있다. 태극기 밑에는 라오스어와 영어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했다’는 감사의 말이 적혀 있다. 1950년대 한국의 초등학교 수업 현장과 닮은꼴이다. 당시 우리 학생들은 ‘유엔한국재건단(UNKRA)에서 보내준 원조로 이 교과서를 만들었다’는 글귀가 새겨진 교과서로 공부했다. 반세기 전 유엔의 도움으로 겨우 교과서를 마련했던 우리가 라오스 전 중등학교에 교과서 266만 권을 지원해 ‘1인 1교과서’의 소원을 풀어주었으니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라오스 학생들은 “한국이 행복을 선물했다”며 “열심히 공부해 미래의 주역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UNKRA 교과서로 공부한 한국인들이 경제발전의 초석을 놓고, 그 다음 세대가 선진국 진입의 주역이 되었듯이 라오스의 미래도 KOICA 교과서 세대가 개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엔과 미국의 원조가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처럼 한국의 지원이 라오스가 부강한 국가로 발전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한다.

 

한국은 작년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공식적으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 과거 도움이 필요한 나라를 위해 유엔과 미국이 했던 역할을 분담할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남을 도울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축복이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후진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 빈곤국에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고 노하우를 전수해 줄 소중한 능력까지 갖췄다. 굶어본 경험이 있기에 최빈국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고, 가난한 나라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시급한지도 잘 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우리가 도움을 받던 때의 심경을 떠올려 남을 도울 때는 두 손으로 드려야 한다”고 한 말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