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상, 불효 벌

사또가 부임하고 나서 첫번째 할 일이라고 이방이
일러주는 걸 보니 효부 효자 표창이다.
전임 사또가 다 뽑아 놓은 일이니 호명하는 대로
앞으로 나오거든 몇 마디씩 칭찬의 말을 하고
준비한 상품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이방이 일러준다.
이방이 효자의 효행을 부연설명한다.
“이번에 효자상을 받을 까막골 이운복은
아침 저녁으로 절구통에 나락을 손수 찧어 키질을 해
언제나 햅쌀밥같이 차진 밥을 그 아버지 밥상에 올린답니다.”
사또가 고개를 끄덕이며 “효자로다”라고 말했다.

사또가 동헌 대청 호피교의에 높이 앉아 내려다보니
효부 효자상 표창식을 보려고 몰려든 고을 백성들이 인산인해다.
“효자상, 까막골 이운복.”
이방이 목을 뽑아 길게 소리치자 수더분한 젊은이가 올라왔다.
사또가 칭찬을 하고 상품으로 나락 한섬을 내렸다.
고을 백성들의 박수 소리가 동헌을 뒤집었다.

사또 앞에 간단한 술상이 차려졌다.
사또가 한잔 마시고 잔을 효자 이운복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버지 연세는?”
“예순 다섯이옵니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아버지 연세는?”
“마흔둘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이날 이때까지 홀아비로 계셨느냐?”
“그러하옵니다.”

“여봐라.”
갑자기 사또가 일어서더니 벽력같은 고함을 지른다.
“내린 상품을 거둬들이고
나이 사십에 홀로 된 아버지를 이날 이때껏 홀아비로 늙힌 이 불효막심한 놈을 
형틀에 묶어 볼기를 매우 치렸다.”
상을 타면 한턱 내라 하려고 벌써 주막에서 한잔 걸친 친구들이 동헌에 다다르니
섣달 그믐께 떡치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구경꾼들 사이를 비집고 보니 상이 뭔가,
친구가 볼기짝을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이운복이 풀려나기를 기다려 번갈아 업고 돌아왔다.
무슨 상을 받아올까 기다리며 사랑방에서 새끼를 꼬던 운복의 아버지가
마당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방문을 열어봤더니
아들이 친구들에게 업혀서 돌아왔다.
놀라 버선발로 뛰어나갔던 운복의 아버지는
아들 친구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사랑방으로 돌아가 눈물이 글썽 글썽한 눈으로 털썩 주저앉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 고을에 명관 났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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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을 붙임

아버지의 카톡친구가 여러 분 계시나 본데
친구분들로부터 카톡으로 이야기나 영상 등을 받으면
나를 포함 해 여러 사람에게 전송을 해 주시곤 합니다.
오늘 이 이야기를 카톡으로 받았는데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가 봐도 명관이 맞습니다.
사또가 부임한 즉
이방이 나서서
제일 먼저 할 일이라며
효자 상을 주라 허고
상 받을 사람은 전임 사또가
정해 놨다는 이야기 부터가
이방이 신임 사또의 주관을 무시한채
자기 의도대로 좌지 우지하려는게 엿보입니다.
상 받아 갈 사람과 어찌 나눠먹든
협잡이 있었을건 뻔하고
효행이란게 밥지어 올리는 거 뿐이란거에도 속이 뻔합니다.
그럼에도
효자로다 말하는 사또는 어리숙해 보이죠.
고을 백성이 모인 곳에서
이방 의도대로 상이 주어지면
사또는 허수아비에
이방은 고을 실세가 될 판입니다.
그런데
나이 사십에 홀로 된 아버지를
육순의 나이까지 홀로 늙혔다는 걸 구실로
상 대신 볼기를 치라는 대목에선
이방의 손아귀에
호락 호락 놀아날 인물이 아니란게
드러납니다.
아버지의
이 고을에 명관 났네
라는 말의 마무리도 절묘합니다.
과연 홀로 늙힌 벌이 마땅해서라기
보다는
상 받으려다 볼기 맞고 온 아들이
안타깝지 않았던
그런 정도로
사실 그리 효자는 아니었던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