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의 총성없는 전쟁에도 대비해야>

97년 외환위기 당시 하버드 대학의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라는 사람이 말하길- 한국의 경제구조가 비교적 건전했으며, 외환위기는 구조적이라기보다는 외국투자기관들의 패닉(panic)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말한바 있다.

그는 실제로 IMF 외환위기가 초래된 이유는 외국투자자들이 “스스로 이루어가는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과정을 통해, 일순간에 투자를 철수함으로써 경제위기가 야기된 것이고, 따라서 IMF가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이 오히려 한국의 경제위기를 부추겼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당시 신문 기고에서 누군가 목욕탕에서 “불이야” 하고 외치는 바람에 이를 듣고 놀란 사람들이 일시에 도망가는 상황을 초래하였다며 한국경제에 대한IMF의 잘못된 처방을 신랄히 비난 한바 있다.

그런데 오늘 소식을 보니 우리나라 주도로 아시아판 IMF를 창설하여 오는 4일 인도에서 열리는 아세안+3 회의에서 각국의 재무장관들이 합동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회원국중에서 외환위기를 맞게 되면 회원국 전체회의가 즉각 소집돼 자금지원이 신속히 이뤄지는 등 기능이 대폭 강화되고, 위기 당사국이 회원국과의 개별 협의를 거칠 필요없이 조정국에만 지원을 요청하면 조정국은 회원국을 즉각 소집,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환투기 세력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는 또한 위기 당사국이 공개적으로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IMF체제와 달리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의 시장참여자가 특정 국가의 위기징후를 알기 어렵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금융 위기에 빠진 나라가 자금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투기자본이 급속히 이탈하면서 위기상황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사전 모의연습까지 거쳐 보안성이 검증됐다고 하니 이러한 시스템이 가동되면 미국 주도의 IMF식 처방으로부터 우리가 경험한 외환위기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데 일조를 할 것 같기도 하다.

어떠한 상황이 와도 다시는 스키장에서 휴가중인 조지 소로스 같은 이들 잡으러 사람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일이고 이러한 지역간의 완충 역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주도로 이루어 진다는 것도 듣기 나쁘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 협력체 구성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이 기구에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조기경보시스템(EWS)이 바탕이 된 공동감시체제를 구축하는 등 감시기능이 있다고도 하는데 – 소리없는 전쟁에 쓰일 수 있는 일종의 신종 무기체계(?) 같이 들리기도 하여 이색적이다.

이제 아무나 목욕탕에 불이야! 하고 소리 질러대서 황급히 짐싸가지고 도망가는 손님들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인지…

작금의 세태는 국가간에 총과 대포 가지고 하는 전쟁보다 소리없이 발생하는 이러한 경제전쟁이 더 무섭다는 말들이 있는 터라 더 의미가 있게 들린다.